간디회의

<아이들에게 배우다 1> 아름다운 이별

작성자
gandhi
작성일
2018-11-13 15:19
조회
971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이별

어린이 학교의 가을이 짙어졌다.

아침 출근을 하면 뛰어나와 반겨주어야 할 아이들이 슬픈 표정을 하고 모여 있었다.

다가가보니 모두 울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질문이 마칠 새도 없이 “슬이가 죽었어요..”라고 하며, 아이들은 펑펑 큰 울음을 터트렸다.

“아......”

슬이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하던 아기 고양이의 이름이다.

그런데 가정학습을 마치고 와 보니, 죽어있었던 것이다.

선생님들은 아침회의를 했고, 아침회의의 주된 안건은 ‘아이들이 슬이와의 추억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또 죽음을 잘 맞이 할 수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교실에 모여 둥글게 앉아 함께 음악을 들으며 묵념을 하고, 슬이와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했다.

포근히 안길 때 행복했고, 몰래 이불안에 데리고 들어갔고, 품에서 잠들때까지 안아주었고,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 등등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인디언들은 소중한 누군가 죽으면, 고인을 추억하기 위해 몇날며칠 고인과 행복했던 일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며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고,

보내준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슬이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동안 아이들의 맑은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흐르고, 옆에 있던 샘들마저 코끝이 찡해졌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슬이를 추모하기 위해 편지도 쓰고 함께 읽었다.

그 짧은 시간들은 어른인 나에게 온 생이 맑아지는 느낌마저 주었다.

치유가 되고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삶으로부터 배우는 이 따스한 감수성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 그 이상이었다.

일상에서 그저 ‘죽었네...’하고 스쳤을 법한 흔한 고양이의 삶이었겠지만,

간디어린이들은 슬이의 숭고한 삶을 기억하고, 짧은 생이었지만 사랑이 가득했던 값진 삶으로 이어주었다.

한 시간 정도의 추모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간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잛은 생애 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모두 모아

슬이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나뭇가지를 태워 향을 피우며,

슬이의 사진을 모아 추모의 공간도 만들고,

꽃 무덤을 만들어 그 앞에 슬이가 가장 좋아하던 간식을 놓아주고, 절도 하고 묵념도 했다.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고운 아이들의 마음이 어느때 보다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아이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법을 배웠고, 슬이의 죽음으로 인해 슬프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다.

슬이야...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러 너의 향기를 전해주렴. 함께 행복했다.